* 일상생활사역연구소에서 발행하는 Seize Life 3호 (2009년 8월)에 실린 전성민 연구위원의 “새로운 신학교가 올까”[주1]라는 글을 5회에 나누어 연재합니다. 이 글은 기독연구원 느헤미야가 설립되기 얼마 전에 발표된 글입니다. 이 글에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가 설립되게 된 문제의식과 느헤미야가 세워지기까지 직간접적인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느헤미야의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글입니다.

Photo is taken from http://en.wikipedia.org/wiki/File:RegentCollege.jpg (c) Arnold C.

 

 

(1부: 한국의 신학교육 현장에서의 일상생활신학)

I. 서론

원래 필자가 써야 할 글의 제목은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이하 웨신)에서의 일상생활신학 과정의 현황과 전망” 정도가 될 것이다. 실제로 이 글의 첫 부분은 웨신에서 제공되었거나 제공되고 있는 일상생활신학 과정을 한국 신학교의 맥락 속에서 다룬다. 그러나 이 글의 최종적인 목표는 그 이상이다. 이 글을 통해 필자는 첫 부분에서 논의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한국 상황에서 일상생활신학이 바람직하게 뿌리내리고 전개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신학교의 도래”가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 새롭게 요구되는 신학교의 특성을 간략히 설명할 것이다.

II. 웨신에서의 일상생활신학 과정의 현황과 전망

현재 웨신에서 명시적으로 일상생활신학을 표방하는 과목이나 과정은 없다. 대신 그와 유사한 과정으로 여겨 살펴볼 만한 것들로는 (1) 기독교학 석사 과정 (2) 기독교 경제학과 사회 윤리 (3) 성경연구와 기독교 세계관 과정(현재는 웨스트민스터 성경대학) 정도가 있다.

1. 기독교학 석사과정 (Master of Christian Studies)

이 과정은 “학문적 관심이 있는 비목회자[주2]를 위한 신학교육과정입니다. 안수목회와 관련된 과목들을 제외한 신학 전분야를 학습합니다. 신학적 소양을 갖춘 평신도를 양성합니다”라고 소개된다. 2년 54학점으로 구성된 이 과정은 필수 과목으로 조직신학(개론), 기독교상담학개론, 초대교회사가 개설된다. 이 9학점을 제외한 나머지 학점은 모두 선택과목을 통해 취득하며 따라서 과정의 내용에 관해 학생들에게 거의 전적인 자율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자율성 때문에 이 과정과 일상생활신학과의 관계는 전적으로 각 학기에 개설되어지는 과목의 구성과 학생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여기서 문제는 이러한 열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신학 관련 과정이 거의 개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는 기독교학석사 과정이 독자적인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지 않고 목회학석사 과정에 덧 씌워진 과정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모든 신학생들이 “전도사”로 불리는 한국 상황 속에서 일반 성도들과 전임 목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함께 학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의미 있는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적인 상황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캐나다 밴쿠버의 리젠트칼리지(Regent College)에서 제공하는 M.C.S. in Marketplace Theology 같은 과정이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을 만드는 것이나 운영하는 것이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음 과정을 살피면 알 수 있다.

2. 기독교경제학과 사회윤리

한국의 신학교들이 전임안수목회나 전통적 의미에서의 선교사 양성을 주된 교육목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웨신이 “기독교경제학과 사회윤리”라는 과정을 제공하는 것은 특이하다. 이 과정은 “교회의 사회적 책임이 점점 강조되는 시대를 맞이하여 기독교 사회 윤리학을 공부한 신학자, 목회자, 평신도 지도자들이 요청됩니다. 또한 경제 문제에 관한 이해와 판단은 사회 윤리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국교회 개혁을 위하여 신학적 기여를 하고자 하는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이 과정을] 개설하여 한국 교회와 사회의 미래를 위해 작은 소망의 씨앗을 심고자 합니다”라고 소개된다.
이 과정은 먼저 “신학교육”의 내용에 있어 매우 독특하다. 예고 없이 변동될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소개되는 개설과목은 다음과 같다.[주3]

성경적 경제학 / 신고전주의 경제학 / 마르크스 정치경제학 연구 / 한국 토지문제 특강 / 헨리 조지 경제학 연구 / 한국 정치와 경제 / 기독교 경제 윤리 / 기독교 사회 윤리 / 기독교 목회 윤리 / 기독교 환경 윤리 / 피스메이킹과 기독교 정치 윤리 / 교회 개혁과 사회 정의

이 과목들의 공통된 특징은 과정 특성상 거의 모두 학제간 과목(interdiscipline studies)이라는 것이다.[주4]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특이한 과정이 웨신의 방향성과 연관되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즉, 이 과정은 “한국교회 개혁을 위한 신학적 기여”라는 목표를 구체화 하고자 만든 과정이다. 이 사실은 교육과정과 관련되어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있어 신학교라는 구조가 의외로 경직되어 있지 않음을 알려준다. 경직된 것은 신학교 구조가 아니라 그 구조를 채우는 교원들의 사고방식이다. 즉, 이미 존재하고 있는 신학교가 일상생활신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혹은 관심을 가진 교수진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면 앞서 언급했던 리젠트칼리지의 M.C.S. in Marketplace Theology 과정을 제공하는 것이 의외로 수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시 리젠트칼리지의 M.C.S. in Marketplace Theology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 졌는지 살펴보자.

리젠트 칼리지의 기독교학석사과정(M.C.S.)은 60학점을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이 과정 중에서 Marketplace Theology를 전공하려면 60학점 중에서 Marketplace Theology와 관련된 학점을 세미나, 실습, 논문 혹은 종합시험을 포함해 을 포함해 21학점(7과목)을 취득해야 한다. 즉, 논문을 작성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세미나와 실습을 포함해 일상생활신학과 관련되어 18학점(6과목)을 이수해야한다. 이에 Marketplace Theology 전공 인정 과목으로 개설되는 과목들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Vocation, Work and Ministry / Marketplace Ministries / Supervised Immersion in the Marketplace / Doing God’s Business: Theology & Spirituality of Executive Leadership / Entrepreneurship and Tentmaking / Christianity & Capitalism [주5]

이러한 과목들을 4학기에 나누어 수강하게 되므로, 한 학기에 일상생활신학과 관련된 과목이 2과목 정도씩 꾸준히 개설되기만 한다면 일상생활신학을 전공으로 기독교학 석사를 수여할 수 있다. 즉, 기독교학석사 수준에서 일상생활신학 전공을 제공하기 위한 자원은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지 않다. 또한 이를 위한 교수 요원도 리젠트의 경우 한명의 전임 교수만있을 뿐이며 필요한 경우 외부 강사들을 초빙하여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리젠트의 상황과 웨신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웨신에서 기독교학석사라는 매우 유연한 과정을 제공하고 있으면서도 일상생활신학 전공을 개설하지 못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당연한 이유이지만, 일상생활신학과 관련된 과정을 개설할 수 있는 교원이 없다. 현재 있는 전임교원들 중에서 필자와 다른 교수 한 분이 “평신도신학”을 연구 관심사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자신들의 전공 분야에서 개설해야 하는 과목들 때문에 개인의 신학적 관심사를 살려 일상생활신학 관련 과목을 안정적으로 개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리젠트칼리지의 경우 일상생활신학 관련 과목들은 실천신학을 전공으로 하는 폴 스티븐스 교수가 책임져 왔으며, 그가 은퇴하기 몇 년 전 부터는 아예 Marketplace Theology 석좌를 마련했다. 그의 후임 폴 윌리암슨의 경우도 같은 석좌에 재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상생활신학을 담당할 수 있는 교수가 부족하다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이 사실은 꾸준히 일상생활신학과 관련된 과목들을 개설하는 다른 신학교의 경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비록 일상생활신학과 관련된 과목을 특정한 교수가 정기적으로 개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목의 존재가 신학교 전체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는 않다. 학교 전체의 관심사는 여전히 목회자 교육에 머무르는 듯하다. 학교가 전체적으로 일상생활신학의 의미을 이해하고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설되는 과목들은 하나의 “교양 과목”으로 받아들여질 뿐일 것이다. 사실 이것이 현재 웨신에서 일상생활신학을 전공하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즉, 일상생활신학에 대한 학교의 전반적 동의와 이해가 현재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제기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누가 일상생활신학 관련 과목들을 수강하는가라는 질문과 관계되어있다.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논하기 위해 웨신에서 제공하는 일상생활신학과 관련된 세 번째 과정을 살펴보자. (2부에서 계속)

 

* 주 –

 

[주1] 당연히 이 제목은 브라이언 맥클라렌, 김선일 역, <새로운 그리스도인이 온다>, IVP, 2008, 마이클 프로스트-앨런 허쉬, 지성근 역, <새로운 교회가 온다>, IVP, 2008, 지미 롱, 신현기 역, <새로운 청년사역이 온다>, IVP, 2008등 최근에 출판된 책들의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다.

[주2] 이 “비목회자”라는 표현은 “평신도”에 담긴 부정적인 함의를 없애고자 고심 끝에 만들어 낸 용어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문장에서도 볼 수 있듯이 현재 상황에서 “평신도”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이에 이 글에서도 최대한의 일관성을 유지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평신도”라는 표현에 담긴 이등시민적 함의를 제거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평신도”, “일반성도”, “비목회자”등의 용어를 혼용할 것이다.

[주3] 실제 개설 과목은 원래 예고된 것과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필자는 맨 처음에는 안내되지 않았던 “구약윤리 세미나”라는 과목을 이 과정을 위해 2009년도 1학기에 개설했었다.

[주4] 신학적 배경이 없는 학생들의 경우 석사과정은 목회학과정 과목 중 4과목을 추가로, 박사과정의 경우 6과목을 추가로 이수해야 한다.

[주5] Academic Calender 2008-200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