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공공성 포럼 칼럼 #37 (2026.06.16)

 

“안물안궁”

김성한 대표(메노나이트 중앙위원회 MCC)

 

“안물안궁”은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의 줄임말이다. 상대가 지나치게 자세한 정보를 이야기하거나, 자기 자랑 혹은 자기 이야기만 하려고 할 때 써먹기에 딱 좋은 표현이다. 물론 공식적인 자리나 처음 만난 사람에게 “안물안궁”은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니 조심해야 한다. 지난 5월 28일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제120년 차 총회는 유신진화론을 ‘이단’으로 공식 규정했다. 나는 성결교인도 아니고 과학자도 아니지만 큰 안타까움을 느낀다. 지금 교회는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한” 질문에 가장 큰 소리로 대답한 것은 아닐까?

 

  1. 1960년대 혹은 근대의 질문

폴 리틀(Paul Little)과 릭 리처드슨(Rick Richardson)은 각각 복음 전도와 변증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썼다. 1968년에 초판이 나온 폴 리틀의 『이래서 믿는다』(Know Why You Believe)라는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교과서 같이 여겨진다.1) 릭 리처드슨의 Evangelism Outside of the Box (선입견을 깨뜨리는 전도)는 2000년 미국에서 출판되었다.2) 리처드슨은 현재 휘튼칼리지 대학원에서 전도와 리더십을 가르치고 있다.

폴 리틀의 작업은 1960년대 혹은 근대(modernism)의 질문에 대한 대답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래서 믿는다』는 사람들이 기독교 신앙에 대해 가장 많이 묻는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제공한다. 그 질문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1. 기독교 신앙은 합리적인가?
  2. 하나님은 존재하는가?
  3. 그리스도는 하나님인가?
  4. 그리스도는 다시 살아나셨는가?
  5. 성경은 하나님 말씀인가?
  6. 성경은 믿을만한가?
  7. 고고학이 성경의 진실성을 입증하는가?
  8. 이적은 가능한가?
  9. 과학과 성경은 일치하는가?
  10. 왜, 하나님은 고통과 악을 허용하실까?
  11. 기독교는 다른 종교와 다른가?
  12. 기독교적 체험은 타당한가?

이 질문의 목록은 폴 리틀의 책상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가 25년 동안 사역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기독교 신앙에 대해서 가장 많이 물었던 질문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이 ‘예측 가능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책으로 정리해서 독자들에게 제공했다.

 

  1. 2000년대 혹은 탈근대의 질문

한편, 릭 리처드슨은 지금 기독교 신앙은 과거와 전혀 다른 질문을 맞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교회가 마주한 ‘포스트모던 시대’의 새로운 질문이다. 그 질문은 다음과 같다.3)

  1. 권력과 동기에 대한 질문 – 포스트모던 사람들은 진리를 “당신에게 효과가 있는 것, 당신의 경험에 공명하는 것, 당신에게 실제처럼 느껴지는 것”으로 재정의했다. 누군가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진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순간, 그것은 오만하고 불쾌하며 지배와 통제를 시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2. 정체성에 대한 질문 – 나는 누구인가? 나의 정체성과 자아를 형성하는 데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가? 기독교인인 당신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이 누구길래 나의 자아 인식과 정체성, 그리고 우리 집단의 정체성 정의를 무효화할 수 있는가?
  3. 고통과 고난에 대한 질문 – 왜 나는 이렇게 아픈가? 왜 내 가족은 깨졌는가? 왜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증오와 폭력이 존재하는가? 사람들은 철학적인 답을 찾기보다는, 개인적이고 집단적인 고통과 상처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해 줄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다.
  4. 인격, 신뢰, 매력에 대한 질문 – 내가 왜 당신을 믿어야 하는가?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십자군 전쟁, 종교 전쟁. 불관용과 독단적이고 협소한 증오가 당신들의 제도를 특징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신들은 끊임없이 배제의 경계를 긋고 있다.
  5. 사랑과 의미에 대한 질문 – 당신들은 어떻게 동성애적 삶의 방식을 거부할 수 있는가? 어떻게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방식을 거부하면서도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는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데 왜 동거를 문제 삼는가? 상황이 무엇이 진정으로 사랑이고 의미 있는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규칙 중심적인 윤리를 가질 수 있는가?
  6. 해석에 대한 질문 – 당신이 세상을 보는 방식은 전적으로 당신이 속한 공동체와 태어난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 아닌가? 성경도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실제로 그렇게 해오지 않았는가? 나는 성경의 신뢰성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그것의 도덕적 정합성과 가치이다.
  7. 관련성과 상대주의에 대한 질문 – 당신의 믿음은 실제로 삶을 변화시키는가? 기도는 정말 효과가 있는가? 당신은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당신의 종교는 실제로 작동하는가? 당신의 고통에 도움이 되는가? 그것이 당신에게 효과가 있다면, 왜 나에게도 그래야 하는가? 어떤 믿음을 가지든 그것이 도움이 되고 효과가 있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8. 영향력에 대한 질문 – 당신의 종교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 당신 집단에 속하지 않은 나에게도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당신들도 결국 또 하나의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일 뿐인가? 물론 그렇겠지.

 

  1. 질문을 비교해 보자

각각 지금으로부터 58년 혹은 26년 전에 미국에서 쓰인 책이 오늘 우리의 상황에 얼마나 적실한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복음 전도와 변증이라는 목적으로 쓰인 이 두 권의 책을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은 계속해서 질문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달라져 왔다. 당연한 것이 아닐까? 교회는 무엇을 위해서 존재할까? 교회는 선교를 위해서 존재한다. 질문이 바뀐 세상에서 여전히 묻지 않는 과거의 대답을 하는 교회도 답답하고, 이단이라고 정죄하고 질문을 금하는 교회는 걱정스럽다. 교회가 이른바 ‘다음 세대’ 혹은 ‘미래 세대’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안물안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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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폴 리틀, 『이래서 믿는다』 김태곤 옭김 (서울: 생명의 말씀사, 2008)

2) Rick Richardson, Evangelism Outside the Box (Downers Grove: InterVarsity Press, 2000)

3) Richardson, Evangelism Outside the Box, 38-40의 내용을 축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