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회와 공공성 포럼 칼럼 #24 (2026.03.17)
기도 모임이 정치인과 종교인의 야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종훈 교수(연세대학교 명예교수, 기독교윤리학)
2026년 3월 5일, 백악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모여 기도하는 모임이 열렸다. 20여 명의 개신교 인사들이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싸고 안수 기도를 했는데, 유사한 모임이 백악관에서 개최된 적이 종종 있었다. 전미 히스패닉 지도자 콘퍼런스의 Samuel Rodriguez 목사는 이렇게 기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기도합니다. 당신께서 그를 임명하셨고, 지금과 같은 때를 위해 기름을 부으셨습니다 … 그가 우리 유대-기독교 가치 체계의 방화벽으로 미국을 지탱하는 동안, 그를 모든 악으로부터 보호해 주십시오. 그의 삶을 통해 당신의 뜻을 이뤄 주십시오. 우리는 그의 지도력을 통해 … 구원은 새벽과 같이 올 것이고, 상처는 빨리 아물 것입니다. 경건은 우리를 앞으로 인도할 것이고, 하나님의 영광은 우리를 뒤에서 보호할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이 모여서 기도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종교의식이고, 필수적인 신앙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기도의 내용과 대상에 있다. 국가와 지도자의 정상화를 위해서, 세계평화를 위해서 진정성을 담아서 기도한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상대로 대규모 전쟁을 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의 광폭(狂暴)적인 행보를 지지하고 축복하는 내용을 담아 과시(誇示)적으로 기도했다는 점에서 진실한 신앙적 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첫째, “당신께서 그를 임명하셨고, 지금과 같은 때를 위해 기름을 부으셨습니다.”라는 기도는 특정 정치인인 트럼프 대통령을 ‘하나님이 기름을 부어 임명한 자’로 규정함으로써, 그의 모든 정책과 행보를 신성화하는 위험한 의도로 여겨진다. 이는 트럼프의 정치적 결정과 그로 인한 결과(전쟁, 사상자와 난민 발생 등)에 대해 가해야 하는 어떠한 비판도 신성모독으로 간주하게 만드는 방벽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전쟁 자체를 신성화하고, 군인들에게는 성전(聖戰) 이데올로기를 주입할 수 있다. 미국의 군사종교자유재단(Military Religious Freedom Foundation, MRFF)에 의하면, 미군의 이란 공습 직후 군 지휘관들이 이란전쟁을 ‘하나님의 계획’ 또는 ‘예수 재림을 위한 성전’으로 묘사했다는 수백 건의 고발이 접수되었다고 한다. 민주사회에서 권력을 잘못 행사하는 지도자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인데, 종교적 권위로써 신성화하며 비판을 차단하거나 오히려 잘못된 지도자를 지지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파헤치며 파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둘째, “그가 우리 유대-기독교 가치 체계의 방화벽으로 미국을 지탱하는 동안, 그를 모든 악으로부터 보호해 주십시오.”라는 기도에는 심각한 신학적 오류가 숨겨져 있다고 본다.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모든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으신 보편적인 창조주 하나님을 특정 종교와 문화의 가치 체계 안에 가두어 놓고, 그 체계 밖에 있는 타종교인들과 무종교인들을 ‘악’으로 등식화시킴으로써 그들을 거부하거나 적대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하도록 만드는 배타적인 하나님 상으로 왜곡하기 때문이다. 이 기도는 보편적인 사랑과 환대, 포용과 관대함을 핵심으로 하는 기독교적 신관과 가치, 정신을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유대교를 신앙하는 이스라엘 사람들과 기독교를 신앙하는 미국 사람들만 배타적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교를 신앙하는 이란 사람들과 종교에 적대적인 무신론자들까지도 동등하게 사랑하는 모든 민족, 인류 전체의 하나님이시다.
셋째, “우리는 그의 지도력을 통해 … 구원은 새벽과 같이 올 것이고, 상처는 빨리 아물 것입니다. 경건은 우리를 앞으로 인도할 것이고, 하나님의 영광은 우리를 뒤에서 보호할 것입니다.”라는 기도는 기도 본래의 본질을 왜곡한다. 참된 기도는 인간의 욕망을 하나님께 강요하는 과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찾고 그 뜻에 순종하기로 결단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 없이 자의적으로 촉발한 반생명(反生命)적이고 무분별한 전쟁에서 승리하고 성공하도록 기도하는 것은 인류의 역사와 운명을 주관하는 전능자 하나님을 자신들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서 동원하는 시도에 불과하다. 이는 하나님을 인간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하수인’으로 삼는 오만한 발상이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신앙인의 기도는 세계 평화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강자의 편을 들며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는 것은 약자를 우선시하는 성서의 가르침과도 정면에서 충돌하는 것이다.
넷째, 기도 모임에 참석한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모임의 성격은 더욱 명확해진다. 트럼프의 오랜 영적 고문인 백악관 신앙사무소 수석고문 Paula White Cain 목사를 비롯해, 댈러스 제일침례교회의 Robert Jeffress 목사, 앨라배마 패스웨이교회 Travis Johnson 목사, 월빌더스의 David Barton, 전 대선 후보이자 보수주의 활동가인 Gary Bauer, 침례교리더십센터 William Wolfe 사무총장 등 보수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권력자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 적대세력의 진멸, 낙태와 동성애 반대 등 특정 의제에 집착하는 근본주의적 가치관을 공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다. 이들은 백악관 기도 모임을 통해서 전쟁과 폭력의 반대, 인명 살상의 반대, 환경에 대한 청지기적인 사명, 보편적인 사랑과 정의, 평화와 같은 기독교 본래의 가치와 세계의 보편 윤리를 강조하기는커녕, 트럼프 행정부의 반인권적이고 반평화적인 오류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역할하고 있다.
한마디로 백악관에서의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기도 모임은 ‘종교와 정치의 부적절한 결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인면수심(人面獸心)에서 비롯된 전쟁행위를 복음주의 지도자들을 통해 신의 권위로 포장해서 성전(聖戰)이나 되는 것처럼 정당화하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고, 참석한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대통령의 권력에 의지해서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거나 종교적 의제를 설득하는 상업적 거래의 장으로 활용하고자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백악관에서의 기도 모임은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명시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의 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한 행위였을 뿐만 아니라, 사랑과 정의, 심지어 원수 사랑을 강조하는 기독교의 근본정신을 부정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한 선전 선동(Propaganda) 그 자체였다. 이제 우리는 정치권력이 종교를 통치 수단이나 지지 수단으로 삼으려 하는 것과 종교가 정치권력의 후원을 통해 자신의 세속적 이해관계를 얻으려 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사회를 아주 심각한 위기에 빠뜨릴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정치와 종교의 부도덕한 상업적 야합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해치는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되는 행위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