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공공성 포럼 칼럼 #29 (2026.04.21)
대안교육이라는 이름의 개신교 이데올로기
김혜령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과)
지난달 KBS 추적60분에서는 최근 급격하게 증가한 비인가 국제학교들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다뤄졌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사립학교’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실제로 미국 대학 입학 준비를 시키는 학원에 불과하였다. 프로그램에서 취재한 국제학교들은 값비싼 수강료에 비해 제공되는 교육 환경과 안전, 식사 등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의 질이 형편없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식의 교육 체제와 언어를 그대로 한국 아이들에게 적용하여 교육하기에 교육 내용의 적절성이나 자격 있는 교사 수급 문제에 있어 심각한 한계를 드러내었다. 당연히 취재 내내, 모집할 때는 ‘학교’임을 강조했던 기관들이 폐교할 때는 ‘사설 학원’임을 내세우며 ‘교육 소비자’로서의 학부모와 아이들과의 신의를 짚신 내던지듯 했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국제학교들의 적지 않은 수가 ‘미국의 종교’로서 개신교를 설립 정신으로 내세우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나는 ‘국제학교’라는 이 새로운 교육 현상이 한국 개신교계 저변에서 이미 인기를 얻던 ‘대안학교’나 ‘홈스쿨링’ 열풍과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 한국 공교육의 심각한 경쟁 시스템에 대한 저항이자 대안인 것처럼 등장했지만, 그 저변에는 ‘민주시민 교육’을 내세우는 보편적 공교육에 맞서 신앙의 양심을 내세우며 ‘종교교육’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고자 하는 의도가 깊이 깔려 있다.
19세기 말 프랑스에서도 ‘종교교육’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는 투쟁이 매우 격렬하게 일어났었다. 주로 가톨릭 학교들이 도맡아 하던 초등교육을 프랑스 제3공화국은 1882년 쥘 페리 법 제정을 통해 공교육을 강화하고 ‘초등교육’을 모든 아동에게 의무화했다. 특히 이 법은 종교 교육을 공교육에서 배제하고 ‘덕·시민교육’으로 대체함으로써 가톨릭 신앙을 벗어난 프랑스 공화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심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화정의 대의는 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더 나아가 식민주의와 가부장제에 기반한 국가 이데올로기를 아동에게 재생산하며 ‘표준 프랑스인’이라는 문화적 단일성을 확장한다는 매서운 비판도 뒤따랐다.
지금 한국 개신교계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국제학교’나 ‘대안학교’, ‘홈스쿨링’ 역시 공교육을 국가 이데올로기 재생산으로 규정하고 이를 문화 전쟁의 전선으로 이해하는 자들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 예에서 보았듯이, 국가가 주도하는 공교육의 장은 언제든 국가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기지로 이용될 수 있기에 공교육에 대한 무비판적인 순응을 피하고 제도적으로 공교육 이외의 교육 방식을 선택할 최소한의 자유를 제도적으로 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교육이 기존 세계를 주도하는 가치와 지식 체계를 전수한다는 점을 인정할 때, 모든 교육은 이데올로기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세속적 공교육이 국가 이데올로기화로 전락할 위험을 늘 안고 있듯이, ‘국제학교’나 ‘대안학교’, ‘홈스쿨링’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 개신교의 종교교육 역시 낡고 뒤처진 개신교 이데올로기를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강력한 장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교육의 핵심에 21세기 초강대국 언어 ‘미국어(반드시 미국식 발음과 억양의 영어)’ 교육이 자리잡고 있고, 현대 생물학과 천체 물리학 교육이 창조과학으로 대체된다. 또한 성평등 교육과 성교육이 양성평등 교육과 반젠더 교육으로 교체되었으며, 이승만의 기독교 건국론을 바탕으로 애국주의를 반공주의와 군사주의, 친미주의와 뒤섞어 버렸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 뒤에는 현재 미국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연방교육부 폐지 및 교육 권한 분산이 근본적으로 공명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현상이 공교육 축소의 빈자리를 파고든 ‘교육사업’을 통해 새로운 자본 시장을 개척하려는 자본주의의 야심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의 교육 선택권과 종교교육의 자유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그 두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공교육의 독재는 언제든 국가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며 결과적으로 시민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그러니 공교육은 늘 시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 교회에서 퍼지고 있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세계의 패권국 미국의 종교로서 개신교 이데올로기의 정동(affect)에 의한 것임을 의심하기 어렵다. 그러니 공교육 밖으로 빠져나가는 아이들이 어떠한 교육을 받는지 더 깊은 관심을 가질 때다. 미래 우리 사회의 공공성은 지금 우리 아이들이 받을 교육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