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공공성 포럼 칼럼 #13 (2025.12.1)

한국 개신교의 혐오와 배제, 차별에 대한 단상

조석민(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은퇴교수,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초빙연구위원)

한국 개신교 내부의 혐오와 배제, 차별의 정서는 단순한 최근의 현상이 아니라, 오랜 시간 근본주의 신학과 폐쇄적 신앙문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생산되어 온 구조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교회는 복음이 지닌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함에도, 현실에서는 개인주의적 신앙과 교회 중심주의에 깊이 함몰되어 공동체적, 윤리적 신앙성을 상실해 가고 있다. 그 결과 복음의 본질은 왜곡되고,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도는 크게 훼손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개신교 집단은 전통적인 혐오와 배제, 차별의 태도를 고수하며, 이를 신앙적 확신으로 오해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극우 정치세력과의 결탁, 여성 목사 안수 문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첫째, 한국 개신교의 극우 정치성향은 이미 여러 연구에서 다루어져 왔다. 배덕만 교수의 『전광훈 현상의 기원』이 보여주듯 극우 개신교는 신학적, 성서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선동과 종교적 열광주의가 결합된 형태로 나타나며, 이는 교회가 본래 감당해야 할 윤리적, 선교적 책임과는 거리가 멀다. 극우 개신교가 조장하는 이분법적 세계관과 혐오 담론은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고, 타인을 배제하는 반지성적 태도를 신앙의 일부로 포장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많은 개신교 신자들이 이러한 극단적 흐름에 비판적이며, 상식과 책임 있는 신앙의 관점에서 이러한 변질된 모습을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극우 개신교의 영향력이 한국 교회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훼손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일부 교회의 신앙은 성경적 믿음이라기보다 무속적 신념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질되어, 생명, 평화, 상생을 가르치는 복음의 가치와 배치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둘째, 개신교의 혐오와 배제, 그리고 차별이 가장 선명히 드러나는 영역은 여성 목사 안수 문제이다. 예장합동, 고신, 합신 등 주요 보수 교단은 여전히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교단 정책이 아니라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가부장적 구조와 여성 혐오적 시각이 교회 안에서 재생산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복음은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인간을 동등한 인격으로 존중하고, 기존의 억압적 전통을 변혁하도록 요청한다. 그럼에도 일부 교단은 여성을 교회의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교회 내부에서조차 여성을 차별하며 온전한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종교적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여성에게 구조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며, 교회의 윤리적 정당성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행위이기도 하다. 보수 교단들은 더 이상 이러한 고질적 차별을 지속해서는 안 되며, 여성 목사 안수를 조건 없이 즉각 시행함으로써 최소한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셋째, 한국 개신교가 복음의 공공성을 가장 심각하게 훼손하는 지점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이다. 차별금지법은 성소수자 문제에 국한된 법이 아니라, 장애, 성별, 연령, 종교 등 다양한 사유에 따른 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적 인권 법제이다. 그럼에도 많은 개신교 단체는 “신앙의 자유 침해”라는 명목으로 차별금지법 전체를 반대하고 있으며, 이는 성경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예수의 복음은 소외된 이들을 품고 약자의 고통에 연대하는 공공성의 메시지(눅 4:18–19; 마 25:40)를 중심으로 한다. 따라서 복음을 온전히 이해한다면 교회는 오히려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개신교는 차별금지법 반대 운동을 주도함으로써 사회적 약자 보호를 기피하고, 사랑, 정의, 자비라는 기독교 윤리를 사회적 공간에서 부정하는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 개신교는 사회적 신뢰를 급속히 상실하고 있으며, 특히 청년층과 비기독교인은 교회를 “인권에 반대하는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교회가 “차별 없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면서 정작 현실에서는 차별을 정당화하는 모습은 심각한 신학적, 윤리적 불일치를 초래한다.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혐오와 배제, 차별의 태도를 버리고, 성별, 세대, 지위에 관계없이 모두를 품는 공동체로 변화해야 한다.

한국 개신교는 오랜 시간 누적된 혐오와 배제, 차별의 구조를 해결하지 못한 채, 극우 정치화, 여성 차별, 차별금지법 반대 등에서 복음의 공공성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한국 개신교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반지성적, 배제적 신앙문화를 성찰하고, 복음의 핵심 가치에 기초하여 교회를 재정립하는 일이다. 한국 개신교가 극우 정치적 왜곡에서 벗어나 건강한 신앙공동체로 회복하고,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을 즉각 중단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복음적 관점에서 다시 성찰한다면 교회는 잃어버린 공공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진정으로 “차별 없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현실 속에서 구현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