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공공성 포럼 칼럼 #26 (2026.03.31)

 

전쟁으로 아이들을 죽고 있습니다

배덕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원장)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 으로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Minab) 시에 있는 샤자레 타예베(Shajareh Tayyebeh) 초등학교가 폭격을 당해 최소 165명에서 175명이 사망했습니다. 희생자 중 110명 이상이 7~12세 사이의 어린 학생들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당시 수업 중이었는데, 폭격으로 학교 건물이 절반 이상 붕괴되었습니다. 미국 군 관계자들은 해당 건물이 과거에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군사 시설로 사용되었으나, 10여 년 전부터 민간 교육 시설로 분리되었다는 사실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채 타격했다고 변명했습니다.

사실, 전쟁의 최대 희생자는 아이들입니다. 전쟁이 벌어지면, 아이들이 가장 취약한 상태에서 가장 비극적으로 가장 많이 희생됩니다. 광기에 사로잡힌 어른들의 전쟁에서 아이들은 예외 없이 비극적 희생양이 될 뿐이지만, 이런 비극적 현실 앞에서 이념, 종교, 민족, 문화는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인간이 신이 되었다”(Homo Deus)고 당당히 선언하는 20-21세기도 이런 비극적 행보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사건 기록만 열거해도 즉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39~1945: 제2차 세계 대전 중, 나치 독일의 인종 학살로 약 150만 명의 유대인 어린이가 희생되었고, 런던 공습, 드레스덴 폭격,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투하 당시 학교에 있던 아이들이 집단적으로 사망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앓았습니다

1968: 베트남 전쟁 때, 미군 부대가 베트남 남부 콰이응아이성 미라이 마을을 습격하여 아기를 포함한 수백 명의 주민을 학살했습니다. 당시 발견된 시신 중 상당수가 어린아이들이었습니다.

1994: 르완다에서 약 100일 동안 80만 명 이상이 학살될 당시, 수십만 명의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혹은 홀로 살해되었습니다.

2015: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오인 사격으로 국경없는의사회의 쿤두즈 병원이 폭격당해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42명이 사망했습니다.

2018: 예멘에서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공습으로 소풍 가던 아이들을 태운 버스가 직격당해 어린이 40명이 사망했습니다.

2023~2024: 이스라엘군의 가자 지구 내 학교와 난민 캠프 폭격으로 수천 명의 어린이가 사망하여 21세기 최악의 아동 희생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었습니다.

이런 비극적 역사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UN 안보리(UNSC)는 1999년 안보리 결의 1261호를 통해 [무력 분쟁 시 아동 대상 6대 중대 위반](Six Grave Violations against Children in Armed Conflict)을 채택했습니다. 이것은 전쟁 중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 사회가 가장 엄격하게 감시하고 금지하는 6가지 행위를 말하며, 유니세프(UNICEF)와 UN 사무총장실이 매년 보고서를 통해 위반 국가나 무장 단체를 명시합니다. 그 여섯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아동에 대한 살해 및 신체 훼손 (Killing and maiming)
(2)아동 병사 징집 및 이용 (Recruitment and use)
(3)학교 및 병원에 대한 공격 (Attacks on schools and hospitals),
(4) 아동 강간 및 기타 성폭력 (Rape and other forms of sexual violence)
(5) 아동 납치 (Abduction)
(6) 인도주의적 접근 거부 (Denial of humanitarian access)

이런 UN의 기준을 통해 볼 때, 이번 이란 초등학교 폭격 사건은 명백한 반인륜적 범죄행위이며, 미국의 변명은 비겁한 말장난일 뿐입니다. 따라서 유니세프는 이 비극적 사건을 “어린이들에게 재앙적인 상황”이라며 강하게 규탄하고, 현재 이 사건에 대한 공식 조사를 진행중입니다. 또한,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등 인권 단체들도 이 사건을 명백한 국제인도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복음주의 목사들의 행태는 대단히 실망스럽고 충격적입니다. 2026년 3월 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의 일부 복음주의 목회자들이 백악관 집무실(Oval Office)에 모여 그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이 모임은 백악관 신앙사무국(White House Faith Office)의 책임자 폴라 화이트 케인(Paula White-Cain) 목사가 주관했으며, 로버트 제프리스(Robert Jeffress), 그레그 로리(Greg Laurie), 랄프 리드(Ralph Reed) 등 미국 전역에서 온 약 20여 명의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싸고 서서, 그의 어깨와 팔에 손을 얹고 전쟁의 정당성, 대통령의 결단력, 그리고 종교적 승리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하지만 일주일 전 미군의 폭격으로 무참히 희생된 이란 아이들에 대해선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었습니다. 이들은 전쟁으로 소멸되는 어린 생명들, 아이들을 위한 유엔의 준엄한 결의, 어린 생명을 지키려는 세계 교회와 인권 단체들의 분투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세상에서 전혀 다른 세계관을 사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교회는 사태를 정직하고 용감하게 직시해야 합니다. 성경의 명백한 교훈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따라 신실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백악관에서 트럼프에게 기도한 목사들과의 개인적 친분을 자랑하는 목사들, 그리고 그들의 인맥과 힘이 한국을 구원하리라 믿는 교인들이 한국교회를 지배하는 한, 한국교회는 예수님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오히려 아기 예수를 죽이기 위해 무고한 어린 생명들을 무참히 살해했던 폭군 헤롯의 숭배자들임을 스스로 증명할 뿐입니다. 전쟁에 미친 어른들이 날린 미사일에 죽은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지 않는다면, 어른들의 전쟁놀이를 준엄하게 비판하지 않는다면, 전쟁을 막기 위해 몸부림치지 않는다면, 어느새 우리도 아이들을 향해 또 다른 미사일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평생 아이들과 자신을 동일시했으며, 예수님이 존경했던 선지자 이사야는 아이들이 독사굴에 손을 넣어도 물리지 않는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의 죽음을 외면하는 종교, 아이들을 죽이는 전쟁에 동조하는 교회, 그런 전쟁에 우리 아이들을 보내라고 선동하는 교인은 단언컨데 예수님과 상관없는 가인의 후예일 뿐입니다. 전쟁으로 기름값 인상을 걱정하기 전에 아이들이 전쟁으로 죽어가는 현실을 먼저 안타까워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절실히 필요한 시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