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공공성 포럼 칼럼 #36 (2026.06.09)

 

2026년 지방선거 이후 한국 개신교의 역할

조석민 교수(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은퇴교수/ 기독연구원느헤미야 초빙연구위원)

 

2026년 지방선거가 우여곡절 끝에 마감됐다. 온갖 잡음도 들리고 유권자의 혹독한 질책과 더불어 선거 승리를 외치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 모습도 보인다. 아직도 부정선거 의혹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과 이를 이용해 혹세무민하는 세력들이 존재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계엄을 옹호하고 내란 세력을 지지하는 세력과 ‘폭풍전야의 상황에서 나라를 구한 빛의 혁명전사’라 자처하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 적대시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외치는 선거의 승리와 실패는 과연 무엇을 위한 승패이며, 그 의미 또한 불확실하다. 승패의 표현이 매우 근시안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또는 정치집단의 이기적인 표현처럼 보인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초석이기도 한 선거가 지리멸렬하게 혼탁해지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 이후의 한국 개신교의 역할은 무엇인지 거시적 안목으로 살펴보려 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는 역대 최저치(19%)를 기록했으며, 불신의 주된 원인으로 ‘교회 이익 우선(24%)’과 ‘목회자의 정치 참여(21.6%)’가 꼽혔다. 이러한 맥락을 상기하면서 지방선거 이후 개신교가 감당해야 할 역할과 기능을 하나님 나라의 실증적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제시하려 한다.

 

  1. 정치적 중립을 넘어선 ‘공적 공의’의 감시자 역할

지방선거는 지역 사회의 권력 구조를 재편한다. 이때 교회는 특정 정당이나 후보와의 유착을 끊고, 하나님의 공의가 지역 행정에 반영되는지 감시하는 ‘공적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교회가 집단적 투표 압력을 행사하는 대신,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 예를 들면, 빈곤층 지원, 청년 주거, 등을 발굴하여 지자체에 제안하는 정책 그룹으로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개신교의 초당적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 당선된 자치단체장이 사회적 약자를 소외시키거나 토건 중심의 물질주의 행정을 펼치면, 교회는 성서적 정의에 입각하여 이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예언자적 목소리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개신교는 설교단을 정치적 선동의 도구로 사용하는 ‘특권적’ 행태를 엄격히 자제하고, 교인들이 성서적 가치관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민주적 시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1. 지역 사회 통합 돌봄(Community Care)의 핵심 거점

2026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돌봄통합지원법’은 교회가 물질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섬김 중심의 ‘하나님 나라’를 보여줄 최적의 기회이다. 대형 건물을 소유한 교회들이 그 공간을 개방하여 지역 노인, 장애인, 아동을 위한 ‘통합 돌봄 센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시설 중심의 돌봄에서 ‘살던 곳에서의 돌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성서적 환대의 실천이기도 하다. 더욱이 교회가 ‘건물’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력이 닿지 않는 위기 가정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돕는 ‘마을 공동체’로서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이는 교회가 ‘특권 집단’이 아닌 ‘이웃’임을 증명하는 실증적 방법이다. 고령화와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소외된 이들을 교회의 유급 및 자원봉사 인력과 연계하여 실질적인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달체계가 되어야 한다.

 

  1. 기복 신앙을 대체하는 ‘일상의 윤리’ 실천

한국 개신교의 ‘물질화’는 신앙을 개인의 번영과 축복으로만 해석한 기복신앙적 행태이다, 동시에 자본주의와 물질만능의 사상에 몰입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지방선거 이후의 교회는 교인들의 삶이 곧 하나님 나라의 증거가 되도록 교육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신앙은 교회 건물 안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시장, 직장, 학교, 사회의 일상에서 정의와 정직을 실천하는 것임을 가르쳐야 한다. 공공 신학의 생활화와 실천이 절실히 필요하다. 교인들이 지역 사회의 경제 주체로서 탈세나 갑질을 배격하고, 공정한 거래 문화를 주도하도록 교회가 앞장서서 실천을 독려해야 한다. 이것이 말뿐인 복음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실천되고 경험되는 ‘실증된 복음’이다. 이제는 한국 개신교도 지역 사회의 환경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에너지 절약, 쓰레기 줄이기, 등 창조 질서 보존을 위한 실천을 지자체와 협력하여 추진해야 한다. 생태 위기를 극복하는 개신교의 모습을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1. 교회의 민주적 거버넌스(governance)를 통한 사회적 모델 제시

한국 개신교는 외부를 향한 메시지보다 중요한 일이 교회 내부의 ‘계급화’를 허무는 것임을 망각하지 않아야 한다. 교회가 세상보다 더 투명하고 민주적일 때 비로소 사회적 발언권을 얻을 수 있다. 교회 예산의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 사회를 위한 공적 기부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목회자 한 사람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를 평신도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주적 구조로 전환하여, 세상에 새로운 공동체 모델을 보여주어야 한다.

 

요약 및 결론: ‘흩어지는 교회’로의 대전환

지방선거 이후 한국 개신교의 역할은 ‘모이는 교회(Gathered Church)’에서 ‘흩어지는 교회(Scattered Church)’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데 있다. 하나님 나라는 교회라는 성벽 안에 갇힌 개념이 아니라, 교인들이 지역 사회의 구석구석에서 공의를 실천하고, 고통받는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며, 권력의 부패를 감시하는 ‘삶의 현장’에서 완성된다. 교회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지역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소금처럼 녹아질 때, 비로소 세속적 물질주의와 계급화의 늪에서 벗어나 세상을 변화시키는 생명력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2026년 지방선거 이후, 다양한 면에서 양극화되고 불안한 정치 사회 현실 속에서 한국 개신교가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보여주어야 할 실증적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