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공공성 포럼 칼럼 #3 (2025. 6. 30)
상상은 현실이 되어라!
이수연 (새맘교회 담임목사)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되어 갑니다. 내각 인사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이 진행중입니다. 이제는 마음을 놓아도 될까 싶지만, 지난 12. 3 계엄 이후 불안과 분노로 지새웠던 밤들의 기억은 아직 우리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마치 공포 영화의 흔한 결말처럼,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싸워 물리쳤던 존재가 갑자기 손가락을 움찔거리며 시즌 2를 예고하듯이. 상황은 끝나지 않았고, 반전이 있을지 모른다고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우리의 불안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우리는 우리 사회에 상식과 양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권력을 잡기 위해 내란을 옹호하고 혼란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이 있었고, 언론과 검찰, 종교 세력은 그들의 편에 서서 조직적으로 움직였습니다.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극우적 사고는 생각보다 힘이 강했습니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선동과 극우 정치가 불법 이민자들을 표적으로 삼아 폭력을 정당화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극우 정당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온 지구가 제국주의적 망상의 그늘 아래 놓여 있습니다. ‘평화’라는 이름으로 폭력이 자행되고 ‘정의’라는 이름으로 혐오가 퍼집니다. 힘으로 약자를 짓밟는 제국주의적 망상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 깊숙이 스며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예수의 핵심 사역 중 하나는 제국주의적 망상을 하나님 나라에 대한 상상으로 바꾸신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힘의 논리가 완전히 뒤집히고, 연약한 이들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나라에 대한 상상, 겨자씨처럼 작디 작은 이들이 하나님 나라의 그늘이 되고 안식처가 되는 그런 상상 말입니다. 예수의 팔복 선언과 하나님 나라의 비유는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세상을 상상하게 했습니다. 예수의 상상은 머릿속에 그리는 이상이 아니었습니다. 몸으로 하는 상상이었습니다. 예수는 연약한 이들 곁에 머물며 자꾸만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가셨습니다. 예수가 머무는 곳마다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졌습니다. 제국주의적 망상의 그림자가 짙어질수록, 하나님 나라에 대한 상상은 더욱 또렷해졌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새로운 상상이 필요합니다. 혐오가 권력이 되지 않는 사회, 연약한 이들이 존중받는 사회, 목소리를 빼앗긴 사람들이 소리를 되찾고 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우리는 끈질기게 상상해야 합니다. 12.3 내란 이후 응원봉을 들고 광장에 나가 ‘다시 만날 세계’를 부르던 우리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작게 맛보았습니다. 그곳에서 우리의 상상은 머릿속에만 머물지 않고 몸으로 하는 상상이 되었고, 유쾌함과 다정함의 연대가 만들어졌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우리 사회에서 더욱 진하게 맛보아질 때까지 우리의 상상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약자를 혐오하는 정치와 소수자를 지우는 종교가 우리를 속일지라도, 하나님 나라에 대한 상상을 멈추지 말고 유쾌하게 노래하고 다정하게 연대하며 함께 살아냅시다. 우리의 상상이 현실이 될 때까지.
부디 상상은 현실이 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