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와 공공성 포럼,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느헤미야 교회협의회 공동성명서>

 

호르무즈 해협의 파병 계획을 당장 철회하라!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 속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국군 파병을 검토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각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항해의 자유와 선박 안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본질은 중동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결정일 뿐이다. 이는 주권 국가를 위협하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패권 연합에 한국군을 하수인으로 끌어들이는 위험천만한 도박이다. 우리는 평화를 염원하는 시민과 그리스도인의 양심으로, 대한민국의 국익과 헌법적 가치를 파괴하는 호르무즈 파병 추진을 강력히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첫째, 호르무즈 파병은 국제 협력이 아니라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 전쟁에의 동원이다. 작금의 중동 긴장 상황은 미국의 무리한 제재와 군사적 위협이 초래한 구조적 파국이다. 힘과 무력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오만은 더 큰 폭력과 적대를 부르는 환상에 불과하다. 현재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동맹국들조차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 통제를 거부하고 있으며, 미국 내에서조차 반전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미국이 촉발한 분쟁 현장에 한국군을 투입하고자 하는 것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는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위배하기 때문에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성서는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마 26:52)라고 경고하며 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것을 명령한다.

 

둘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국의 패권적 이익에 제물로 바칠 수 없다. 정부가 지켜야 할 최우선 가치는 국민의 생명과 평화로운 일상이다. 인간의 생명은 언제 어디서나 타협할 수 없는 기독교의 핵심적 가치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전투 함정과 병력을 보내는 순간, 한국은 중동 분쟁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된다. 현지 재외국민과 파병 장병들은 상시적인 무력 충돌과 테러 위험에 직면할 것이 명확하다. 미국의 패권 전략을 위해 우리 청년들의 목숨을 위기로 내모는 것은 주권 국가의 책무 유기이자, 하나님 앞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생명 경시이다. 성서는 양 떼를 돌보지 않고 사지로 내모는 거짓 목자들을 향해 “화 있을진저 자기만 먹는 목자들이여 양 떼를 먹이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하냐”(겔 34:2)라며 엄중히 경고한다.

 

셋째, 경제 안보라는 우상을 위해 진정한 정의와 평화를 짓밟는 자가당착이다. 미국의 경제·안보적 압박과 실리라는 명분에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마 6:24)는 성서의 경고를 잊은 채, 경제 안보라는 우상에 매몰된 욕망과 두려움이 숨겨져 있다. 그러나 이란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과의 오랜 협력을 끊고 미국의 패권에 편승하는 것은, 에너지 공급선과 평화의 토대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파멸의 길이 될 것이다. 참된 국익과 안보는 강대국에 대한 맹목적 추종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화평하게 하는 자들은 화평으로 심어 의의 열매를 거두느니라”(야 3:18)는 말씀대로 중립적이고 평화적인 외교를 통해 화해를 도모할 때만 비로소 굳건해짐을 알아야 한다.

 

넷째, 식민과 전쟁의 아픔을 겪은 우리는 이웃을 억압하는 제국주의적 개입의 공모자가 될 수 없다. 외세의 침략과 냉전의 대리전 속에서 무고한 피를 흘렸던 우리 역사는, 강대국의 군사적 패권 논리가 약소민족의 존엄과 생존을 어떻게 짓밟는지 똑똑히 증언한다. 우리가 겪은 역사적 상처의 기억은 타자를 억압하는 무기가 아니라, 고통받는 이웃에 공감하고 평화적 연대를 구축하는 가장 강력한 윤리적 근거가 되어야 한다. “너희는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라 너희가 애굽 땅에서 나그네 되었었은즉 나그네의 사정을 아느니라”(출 23:9)라는 성경의 가르침처럼, 과거의 기억을 승화하여 압제받는 이웃과 연대하는 것이 진정한 정의이다. 제국주의의 피해자였던 대한민국이 강대국의 침략 도구로 전락하는 것은 역사와 신앙 앞에서 씻을 수 없는 수치가 됨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과 이란을 비롯한 모든 분쟁 당사자가 무력 사용을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복귀할 것을 충고한다. 평화는 군사적 무력이나 패권 동맹으로 결코 얻을 수 없다. 총알과 미사일이 오가는 화약고에 군대를 보내는 것은 평화의 이름으로 전쟁을 부르는 기만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 계획을 당장 철회하고, 군사적 개입 대신 인도주의적 지원과 적극적인 평화 외교를 통해서 생명을 살리는 일에 매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한국 교회와 깨어 있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라”(사 2:4)는 성서의 말씀을 직시하며,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연대하고 저항할 것이다.

 

2026년 9월 12일

한국교회와 공공성 포럼,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느헤미야 교회협의회